🥗 어디까지 사랑해봤니

2025. 9. 18.

🥗 어디까지 사랑해봤니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영화] 투게더

감독 마이클 생크스
출연 데이브 프랭코, 알리슨 브리, 데이먼 헤리먼

9월 3일 개봉한 영화 <투게더>를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실제 부부가 출연한 바디호러 영화라는 점이 기대를 모았는데요. 주연 배우들이 영화 포스터 앞에서 똑같은 장면을 재현한 사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바로 이 사진!

👩‍❤️‍👨어느 오래된 연인 이야기

오랜 연인 사이인 팀과 밀리는 정들었던 도시를 떠나 밀리가 새로 발령받은 시골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사는 곳을 옮기는 중대한 결정을 함께 한 사이지만, 어쩐지 둘 사이는 그렇게 뜨거워 보이지 않죠. 밀리의 프러포즈에 대답하지 못한 팀의 모습만 보아도요.

결국 지인 하나 없는 외딴 지역으로 이사 온 두 사람. 산책 중에 기괴한 동굴에 빠지고, 동굴 속 샘물을 마신 뒤로부터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들했던 서로를 향한 Super 이끌림이랄까요?

⛲️님아 그 물을 마시지 마오

누가봐도 수상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대장균이 득실거릴 것 같은 샘물을 마시는 것도 왜 저러나 싶지만 아마 동굴이 주는 어떠한… 끌림 같은 게 있었나 봅니다. 그 이후로 팀은 극심한 환각과 이상한 증세에 시달리게 되거든요. 마치 몸 안에 있는 무언가가 밀리에게 강하게 달려가는 것처럼요.

서로 지독하게 원하는 마음에 신체를 꼭 붙이면... 그대로 살이 붙어버립니다! 님이 <투게더>를 꼭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락은 스킵해주세요!

이 기현상의 뒤엔 어떤 사이비 종교가 있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교리를 실천하고 있죠. (말 그대로 육체적으로 하나가 됨☠️) 팀과 밀리는 붙은 살을 자르기도 하고, 서로를 가두기도 하면서 필사적으로 하나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한쪽을 잃게 된 순간, 그들은 깨닫죠. 어차피 그들은 서로가 없인 살 수 없고, 그렇다면 기꺼이 하나가 되기로요.

❓What is Love?

요리를 못 하는 밀리와 운전을 못 하는 팀. 문득 둘은 사랑보다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걸로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점을 달리 보면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모양이기도 하죠.

<투게더>에는 플라톤의 사랑의 기원이 언급됩니다. 인간은 원래 등이 붙은 사람의 모양새로, 머리 1개, 팔다리는 4개씩인 완벽한 형상이었다, 이에 노한 신들이 인간을 둘로 갈라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완벽해지기 위해 갈라진 반쪽을 평생 찾아다닌다는 이야기인데요.

아마 <헤드윅>을 재밌게 보셨다면 익숙한 이야기일 거예요. 뭐 꼭 내 운명의 반쪽을 찾아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요즘 세상은 그보다 더 재밌고 소중한 일들이 많으니까요), 인간은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한다는 것의 잠재적인 공포, 즉 ‘헌신’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지속적인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어요. 살몬도 나름 장기연애 경험자로서 그 말이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시간에 부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나를 버리고 상대에게 맞춰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 여기서 이별하면 내 시간이 버려진 것 같은 느낌, 그런 것들 말이죠.

<투게더>의 결말을 장기 연애 끝의 이별이라고 볼 수도, 사랑의 결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살몬은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각자이고 싶어하다가 결국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며 둘을 딱 적절히 반반 섞은 듯한 어떤 존재가 되는 게요, 어떻게 보면 둘을 닮은 아이를 갖게 된 것 같기도 하지 않나요?

🧛 공포영화로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