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이곳은 새벽부터 눈이 왔어요. 당신이 있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의 첫 만남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조각으로 남아있어요. 손을 잡고 봤던 보라매 공원의 공작새와, 이른 아침 기꺼이 나서던 뒷모습, 달걀을 유난히 좋아하던 식성도요.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되려 저를 온전히 그 시절로 데려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더라도 빛이 바래지 않는 기억으로요. 아마 지금의 제 모습 중 일부도 당신과 보낸 시간이 만든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츠키가 도서관 사서가 되고, 또 동명의 이츠키가 히로코에게 첫눈에 반했듯요.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그냥 당신이 이곳에 없더라도 제 안의 조각으로 언제나 남아있다는 말이에요.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이 영화를 꺼내봅니다. 그리고 당신이 읽지 못할 것을 알지만 보내요. 또 한 번의 겨울이 가네요.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2022년 2월 26일
나와 같은 얼굴을 한 당신께.

자라면서 우리는 ‘네 인생의 너의 것’이라는 말과 ‘네 인생이니까 네가 결정해야 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사는 나의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죽음’ 마저도 나의 것이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갖게 됐다. 월은 잘나가는 사업가이자 만능 스포츠맨으로 행복한 삶을 살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그런 그는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갑작스레 백수가 된 루이자라는 간병인 여성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삐끗거리던 둘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루이자는 윌에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삶의 의욕을 되찾아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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